수출 위기 속 내수도 부진…韓경제, 통상 리스크에 '이중 압박'
[산경투데이 = 이준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던 정치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미국의 돌발적 관세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통상 갈등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정치 리스크 해소’의 숨돌릴 틈도 없이 대외 충격에 직면한 형국이다.
미국 정부가 예고했던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한시적 안도감이 조성됐지만, 한국 입장에선 6·3 대선 이후 1개월 정도가 실질적인 ‘골든타임’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정부는 조급한 협상보다 통상 전쟁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통제 불능의 수출 위기 못지않게, 침체 국면에 빠진 내수 진작에도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9일부터 글로벌 무역 갈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별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간 ‘국내 정치 리스크’에 집중해왔던 시각을 대외 변수로 전환한 셈이다.
정부 역시 대내외 리스크 진단의 무게중심을 이동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그린북’에서 기존 ‘대내외 불확실성’ 대신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라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이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완화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피치는 이미 지난 2월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탄핵 인용 가능성을 전제로 한 바 있다. 탄핵안이 기각됐다면 등급 하향 가능성도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효를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유예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은 언제든 관세 전면전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초불확실성의 시대, 슈퍼 언노운"이라며 현 상황을 표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미 기본 10% 관세에 중국산 추가관세, 철강·자동차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며 무역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JP모건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당초 1.3%에서 -0.3%로 낮췄다가 관세 유예 결정 이후에야 간신히 ‘위기 탈출’ 수준으로 조정했다.
한국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CE(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9%로 제시했고, JP모건도 최근 이를 0.7%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국내외 기관들이 여전히 1%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으나, 1%선 붕괴에 대한 현실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과거 외환위기 수준에 가깝다"며 “0%대 성장 시나리오도 현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경제안보전략 TF'가 가동되고, 경제부총리 중심의 대외경제장관회의,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통상현안 대응 TF 등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금융도 마련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처방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10조 필수추경’도 내수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국민 지급금 확대 등 강도 높은 내수 부양에 나서고 있다.
주 실장은 “지금처럼 대외 변수 불확실성이 클 때는 수출보다도 내수 방어가 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추경도 과감하게 확대해 민간 소비를 살리는 데 “정책적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산경투데이 https://www.sankyung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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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위기 속 내수도 부진…韓경제, 통상 리스크에 '이중 압박'
[산경투데이 = 이준영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경제를 짓눌러왔던 정치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미국의 돌발적 관세정책이 촉발한 글로벌 통상 갈등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부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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