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 인상' 포기 선언…'승자의 저주' 책임 전가 시도

[산경투데이 = 한승수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과의 치열한 인수 경쟁에서 '가격 경쟁 포기'를 선언하며 새로운 전략적 승부수를 던졌다.

MBK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측의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더 이상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MBK의 이 같은 선언은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에 인수 후 과도한 재무 부담을 안겨주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자사의 공개매수가가 매력적인 선택임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열된 공개매수 경쟁이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여론과 금융당국의 경고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도 높은 경고 이후 나왔다.

이 원장은 과열된 공개매수 경쟁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MBK는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을 포기, 금융당국과 시장의 우려를 달래는 동시에 가격 경쟁을 최 회장 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최 회장 측이 추가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대한 책임은 최 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시장에서 MBK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며, MBK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려아연의 방어적인 전략을 위해 차입을 감수하고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 회장의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다가오면서, 인수 경쟁의 결말은 곧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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