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

[심층분석] 우주 패권을 향한 동맹, 미국-일본 우주기술 보호협정 협상의 배경과 전망

by 산경투데이 2024. 6. 3.
반응형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지난 4월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양국 간 ‘우주기술 보호협정’(Space Technology Safeguards Agreement, TSA)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양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일본에서 미국의 상업용 우주 발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법적, 기술적 프레임워크와 관련된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상업적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우주기술 보호협정(TSA) 체결 사례
미국은 앞서 뉴질랜드(2016), 영국(2020), 호주(2023)와 ‘우주기술 보호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협정의 핵심은 협정 체결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 미국 우주기술이 적용된 장비(발사체, 인공위성, 우주선, 지상장비 등)의 배치와 운용을 위한 사실상의 ‘치외법권 지역’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은 미국 정부가 관리와 통제를 담당하며, 출입도 미국 정부가 승인한 사람만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국은 타국에 자국 발사체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발사장을 확보하고, 관련한 유무형의 이익도 동반하게 된다.

뉴질랜드와 영국, 호주가 TSA 체결을 통해 얻는 것은 주로 경제적인 이득이다.

발사장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품의 공급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련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우주관련 일자리 창출과 인력 양성을 할 수 있다.

미국-일본 TSA 협상의 특별한 배경


미국과 일본의 TSA 협상은 앞선 사례들과 다른 특별한 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다.

일본 발사체 산업의 경쟁력은 뉴질랜드, 영국, 호주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H2A 로켓과 차세대 H3 로켓, JAXA가 운용하는 소형 발사체 입실론(Epsilon), 민간 발사체 스타트업들의 활발한 활동 등 다양한 발사체 라인업을 자랑한다.

일본에는 85개의 우주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 중 12곳은 발사체 회사이다.

일본 정부는 1조 엔 규모의 ‘우주 전략 기금’을 통해 발사체 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우주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TSA 협상을 시작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TSA 협상은 일본의 발사체 산업 성장에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의 TSA 협상 시작의 배경에는 미국을 둘러싼 국제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협상은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시작되었으며,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의 핵심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미·일 TSA 협상에 대한 세 가지 시선


미국·일본 간 TSA 협상의 의미와 타결의 영향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관점, 일본의 입장,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 및 시장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미국의 관점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과의 TSA 협상은 안보와 경제적 관점에서 손해 볼 것이 없는 최상의 거래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점 발사장을 보유하게 된다.

이는 미국 내 발사장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동북아시아는 우주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많은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협상이 타결되면 이 지역에서 개발된 인공위성 중 많은 수는 일본에서 이륙하는 미국 발사체를 이용해 우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발사체에 대한 수요 증가는 관련 기업의 매출 증가와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 발사체에 대한 동북아시아 국가와 기업의 의존도 강화로 연결된다.

미국은 이렇게 강화된 의존도를 타국과의 우주 및 비우주 분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2) 일본의 관점
일본의 입장에서 TSA 협상은 자국 발사체 산업 육성에 매우 부정적인 뉴스다.

일본 발사체의 신뢰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발사체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협상은 일본이 ‘우주 전략 기금’을 도입한 목적과도 충돌한다.

기금 도입의 주요 목적에는 자국 발사체 시장 육성도 포함되는데, TSA 협상을 통해 미국 발사체가 일본 영토에 진출하게 되면 이러한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본이 협상을 받아들인 이유는 자국 발사체 경쟁력의 한계를 인정한 결과일 수 있다.

일본 로켓의 발사 빈도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발사 가격도 문제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발사 빈도를 높여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TSA 협상이 일본 우주산업에 악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신뢰성 높고 저렴한 미국 발사체를 사용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해 안보와 산업적으로 중요한 위성을 대량으로 신속히 발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3) 한국 포함 주변 시장의 관점
일본 내 미국 로켓 발사장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발사 수요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행여 이 공간에 로켓 제조시설까지 들어서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경쟁에서 밀린 지역 내 발사체 기업은 소속 국가의 정부가 간간이 배정하는 발사 미션을 수행하며 생존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독자생존을 위한 전략 수립에 당장 나서야 하는 이유다.

미국은 이렇게 확보한 영향력을 지역 내 국가들과 협상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주 분야에서는 미국 중심의 우주활동 규범(norms)과 관습(practices), 표준(standards)을 도입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발사장이 국가의 정치와 안보, 산업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일본 간 TSA 협상에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과 일본 간의 우주기술 보호협정(TSA) 협상은 양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중요한 사안이다.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 일본은 자국의 발사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이 협상은 주변 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이 협상을 통해 발사체 산업과 우주기술 분야에서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https://www.sankyung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46289

[심층분석] 우주 패권을 향한 동맹, 미국-일본 우주기술 보호협정 협상의 배경과 전망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지난 4월 1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일본은 양국 간 ‘우주기술 보호협정’(Space Technology Safeguards Agreement, TSA)을 체결하기 위한

www.sankyungtoda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