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경투데이 = 민소라 칼럼니스트]
글로벌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항공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단순한 운송에서 ‘경험’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최근 보고서에서 “항공 서비스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고객 여정 전반에 걸친 정서적 만족과 브랜드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항공 승무원의 역할도 근본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 기존의 ‘감정노동자’라는 표현만으로는 오늘날 승무원이 수행하는 고차원의 역할을 담기 어렵다.
이들은 단순히 음료를 서빙하거나 친절한 미소를 짓는 수준을 넘어, 항공사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체현’하는 경험 설계자이자 퍼포머다.
항공기라는 제한된 물리 공간 속에서 승무원은 매 순간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브랜드의 인상과 신뢰를 형성한다.
심리학자 로널드 피스키는 “서비스는 무대이며, 승무원은 단순한 연기자가 아니라 연출자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이 말처럼 고객 응대의 언어, 눈빛, 태도는 모두 브랜드 메시지를 내포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같은 고차원의 서비스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실제로 대한항공 장거리 노선에서 발생한 고객의 공황장애 상황에서, 승무원의 전문적 대응과 공감 기반 케어는 “최악의 순간이 최고의 케어로 기억됐다”는 고객 후기를 낳으며, 해당 경험은 SNS에서 수십만 회 공유됐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브랜드 신뢰의 순간이었다.
항공사들은 경험 차별화를 위해 승무원 교육에도 전략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연출가와 전직 배우를 초빙해 상황극 기반의 공감 훈련을 도입했다. 고객의 감정에 정밀하게 반응하는 퍼포먼스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 LCC인 제주항공은 디지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응대 교육을 도입, 기내 선호도를 반영한 개인화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결국 고객은 항공기의 엔진 상태나 정비 매뉴얼을 보지 못한다. 승무원의 말 한마디, 위기 대응 태도, 서비스의 온도감이 항공사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승무원은 기업 평판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이들의 퍼포먼스는 기업 브랜드의 본질을 대변한다.
이제 항공사는 승무원의 감정노동을 단순한 인건비가 아닌 전략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진정한 고객경험 경쟁력은 바로 이들의 ‘브랜드 퍼포먼스’ 역량에서 출발한다.
체계적 교육, 심리적 지원, 그리고 인정 시스템이 결합된 토대 위에서만 지속가능한 고객 충성도가 가능하다. 승무원에 대한 인식 전환이야말로 항공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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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칼럼] 고객경험 경쟁의 최전선, 승무원의 역할 재정의할 때다 (Part.5)
[산경투데이 = 민소라 칼럼니스트]글로벌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항공 서비스의 핵심 가치가 단순한 운송에서 ‘경험’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국제항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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