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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우주협력, ‘인터코스모스’의 복귀 신호탄?

by 산경투데이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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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5일 하바롭스크주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해 안내를 받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출처 : 산경투데이(https://www.sankyungtoday.com)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첫 번째 부분은 땅에, 두 번째 부분은 바다에 떨어지는가?”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에 대해 담당자에게 묻자, 옆에서 지켜보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말을 건넸다. “당신은 (우주) 전문가시군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이전 전 나눈 대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인 하산역에 도착했다. 2019년 이후 4년 6개월 만의 러시아 방문이다. 다음날 그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곳에는 러시아의 최신 로켓 안가라의 조립 시험동과 소유즈 로켓 발사시설이 있다.

15일에는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수호이(Su) 전투기와 신형 여객기 생산 공정을 주의깊게 지켜봤다. 이어 크네비치군 비행장으로 이동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항공우주군 장비를 살펴봤다. 김 위원장은 극동 러시아 각지의 전투기 공장, 군 비행장, 해군 기지 등을 둘러보고 19일 평양에 돌아왔다. 

김정은, 러시아 로켓 발사 및 생산 시절 직접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다. 플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함께 우주 기지를 둘러본 다음 회담을 진행했다. / 노동신문 출처 : 산경투데이(https://www.sankyungtoday.com)

 

 

양국은 구제척인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우주 협력, 재래식 무기와 장거리 군사기술 관련 협력, 경제 협력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우주기지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주요 군 비행장과 제작 시설을 찾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우주 협력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지금 북한은 로켓과 인공위성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5월 북한은 로켓 발사에 실패했고, 우리군이 천마라고 적힌 발사체를 인양한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자체 개발한 정찰 위성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기술 수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찰위성 확보는 북한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그리고 러시아에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기술들이 있다. 

현지의 한 지역 매체 기자가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인지를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주협력 경험이 많은 나라다. 동맹국 인공위성 발사를 돕거나 우주정거장 임무를 지원해줬다. 한국 우주 산업의 발전에도 러시아가 기여한 바가 있다. 조만간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부터 우주를 외교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코스모스’(Интеркосмос) 프로그램이다. 소련이 동맹국들의 우주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1967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바르샤바 조약기구, 동구권, 아프가니스탄, 쿠바, 몽골,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참여해왔다. 

구 소련 시절, 동맹국 우주인 14명 소유즈 타고 우주 임무 

 

 

1980년 우주비행에서 돌아온 쿠바 최초의 우주인 아르날도 타마요 멘데즈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그는 최초의 흑인 우주인이다. / 타마요 멘데즈 출처 : 산경투데이(https://www.sankyungtoday.com)

 

프로그램을 통해 소련은 우주기술을 제공하며 동맹국 결속을 강화했고, 동시에 체제 우월성을 알리는 선전 도구로 활용해 왔다. 인터코스모스 프로그램을 통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14명의 동맹국 우주인이 소유즈를 타고 우주로 향했었다.

대표 인물로 최초의 흑인 우주인과 아시아 우주인을 꼽을 수 있다. 쿠바 공군 장교 출신인 아르날도 타마요 멘데즈는 1978년 7차 인터코스모스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리고 소유즈 38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 첫 흑인 우주인이자 쿠바인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의 첫 우주인은 베트남의 팜 뚜언 중령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기 B-52를 격추한 경력이 있다. 1977년 구 소련의 가가린 공군 아카데미에 유학을 간다. 1980년 7월 소유스 37호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구 소련의 우주정거장 샬루트 6호에서 지구 궤도를 142바퀴 돌며 과학 실험을 했다. 이들은 지금도 각국을 대표하는 우주 영웅으로서 활동 중이다. 

협력국과의 다양한 기술 협력도 있었다. 불가리아 과학자들은 소련과 함께 인공위성과 로켓을 연구하며 장비를 설계했다. 1979년엔 불가리아 최초의 우주 비행사 게오르기 이바노프가 나왔고, 1981년에는 소유즈 로켓을 사용해 불가리아 장비를 장착한 인공위성을 발사한다. 루마니아는 인터코스모스 프로그램에서 30개 이상의 우주 과학 임무에 기여했다. 1977년부터 지상국을 운영해 왔고, 1981년 소유즈 40호에 도린 프루나리우가 탑승하고 우주 실험을 진행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이 붕괴한 2000년 이후에도 우주 공항을 함께 운영하며 로켓 발사를 진행해왔다. 

러시아는 지금도 동맹국 우주임무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 3월 소유즈 MS 25호에는 벨라루스 출신의 우주비행사 올레그 노비츠키가 탑승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지는 않고, 곧장 지구로 출발하는 소유즈 MS 24호를 타고 귀환할 예정이다. 

북한 1호 우주 인민 영웅 탄생할까?

만일 북한 1호 우주인이 탄생한다면, 벨라루스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ISS에 머무는 일은 어렵겠지만, 러시아 우주선을 타고 다녀온 우주 인민 영웅을 만들 가능성은 있다. 러시아의 유인 우주선 개발에 북한 과학자가 참여할 길도 열렸다. 북한 연구진의 경험은 북한의 로켓 기술력을 한단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북한과 우주 협력을 고려하는 배경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꼽힌다. 전쟁 물자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이라 북한의 재래식 무기들이 필요해졌다. 러시아 방문에 앞선 8월 중순, 김 위원장은 2박 3일간 주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무기와 군수물자 대량생산을 강조했다. 러시아의 주문서가 북한에 전달된 직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러시아에서 사용 중인 표준형 포병 장비와 탄약이 포함됐다고 한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최근 북러정상회담에 대해 “큰 관심을 끈 것에 비해 북한이 러시아에서 군사적으로 얻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도 첨단무기 지원 가능성은 작게 봤다.그는 러시아가 북한의 구형 탄약을 받는 대가로 첨단무기 기술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며, 대신 에너지와 식량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평양에 돌아온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참석해 “(러시아와의) 모든 분야에서 쌍무관계를 보다 활성화하고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조치들을 적극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번 북러정상회담 핵심 의제였던 양국 간 무기 거래와 군사 공조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 무기 거래와 군사 공조에 속도 붙을 듯

북한의 신형 발사체인 화성포 17형의 발사모습. 3월 24일 진행한 발사 실험은 평양 국제공항에서 진행했다. / 노동신문 출처 : 산경투데이(https://www.sankyungtoday.com)

 

크렘린궁은 무기 거래 의혹이 불거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어떤 협의도 체결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외신들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지역 순방 행보가 군사 시설에 집중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는 북한에 드론을 포함한 군사용품을 선물했다. 9월 17일 타스통신은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는 김 위원장에게 드론 6대와 방탄복 등 군사용품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제재 결의 2397호는 ‘모든 산업 기계’의 북한 수출을 금지하고, 1718호는 ‘북한의 무기 운용 능력 발전에 직접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든 물자’ 관련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드론 선물은,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를 무시할 의도하는 해석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북한과 대등하고 공평한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의 제재에 관계없이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진행 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제공하는 우주 군사 기술이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들이 협력을 진행할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출처 : 산경투데이(https://www.sankyung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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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우주협력, ‘인터코스모스’의 복귀 신호탄?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첫 번째 부분은 땅에, 두 번째 부분은 바다에 떨어지는가?”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에 대해 담당자에게 묻자, 옆에서 지켜보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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